점점 선명해지는 두 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감기도 잘 안 걸리던 내가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목이 아프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더 빨리 검사를 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맞아. 나 내일 첫 출근인데...?'
정말 슬프게도 이 글을 쓰는 4월 4일 오늘, 새 직장에 출근하기로 되어 있었다.
3월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1월부터 이직을 준비하다 운이 좋게 금방 합격하며, 계획보다 빠른 이직을 할 수 있었다.
퇴사 후 3월 중순부터는 쉴 새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제주도 여행, 경주 여행에 결혼식도 가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뉴스에서는 몇십만 명의 확진자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마스크도 잘하고 손도 잘 씻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금요일, 약속이 있었다.
코로나에 민감한 분이 있어, 여러 사람을 만났던 나는 집을 나서기 전 키트를 했다.
결과는 음성.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금요일을 보냈다.
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
토요일에 일어났더니 목이 아팠다.
'어제 얇게 입어서 감기가 걸린 건가... 따릉이를 타고 와서 그런가...?'
이 날 키트를 했어야 했는데,
'그냥 감기겠지. 어제는 음성이었는데'라는 생각으로 감기약만 먹고 잠이 들었다.
일요일 눈을 떴다.
목이 더 아팠다.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올 정도로.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핸드폰 너머로 목소리를 들은 언니는 감기에는 생강차가 좋다며 문 앞에 가져다주었다.
집 앞 카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랑 과자와 함께.
과자에 음료에 감기약까지 먹고 생강차까지 마시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푹 기절해 자고 일어나 늦게 키트를 한 뒤 결과는 양성...
아득해졌다..
다시 돌아와서 오늘 아침.
어제 새 회사에 코로나 키트 사진과 함께 출근이 어렵다는 메일을 보내 두었다.
운이 좋게 어머니가 보건교사였기 때문에 절차를 잘 아셨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게 선별 진료소보다 나을 거라는 조언을 듣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9시 오픈이었지만 사람이 많다는 말에 8시 반에 도착.
내가 첫 번째였다.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문진표를 쓰고 기다렸다.
9시가 되자 직원이 사람들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복도를 가득 채웠다.
검사는 9시가 되자마자 받았고 결과는 10분 만에 나온다고 하는데,
9시 반이 되어도, 10시가 되어도 결과를 알려주거나 처방전을 주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린 뒤 들어가 보니 오늘부터 무슨 시스템이 바뀐 듯해서 양성 안내 문자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은 검사비 5천 원을 결제하고 처방전을 받았다.
바로 아래층의 약국에 들어서자마자 처방전을 내밀었다.
'이거 아래쪽에 H마크 들어가 있어야 부담이 없으세요. 병원 연락 안 되는데 다시 한번 가보시겠어요?'
무슨 말인지 몰랐던 나는 다시 병원으로 올라갔다.
같이 처방전을 사람들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나랑 같은 이유로.
병원 직원들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무슨 마크인지 몰라도 다시 30분 정도를 병원에서 기다리다, 새 처방전을 받고 마침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확진자에 재택 치료자라는 것 때문에 약값을 받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니 11시가 거의 다 되었다.
나는 기침, 가래, 콧물, 오한 거의 대부분 증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약이 한가득이었다.
어머니의 조언대로 목에 하는 의료용 가글을 따로 신청해서 받았다.
무료인 줄 모르고 우선 신청했는데 어떻게 보면 잘한 일이었다.
오늘 첫 출근 어떠냐며 연락 온 몇몇 친구에게 확진 사실을 이야기했다.
새 회사에서도 격리 후 입사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 와중에 오늘도 음료 배달이 있었다.
언니는 목에 탄산이 좋지 않다며 앞으로는 에이드 금지라는 말과 함께 딸기우유를 보내주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지낸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집에 와서는 정말 먹고 자고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다.
왜 확찐자가 되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약이 졸리다고는 했는데 그 때문인지, 오늘 오전의 난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입사 전에 좋은 핑계로 일주일을 쉴 수 있어.
집 청소는 다 했으니 밀렸던 사진 정리도 하고, 블로그도 쓰고, 스트레칭도 하고, 책도 봐야지.
그리고 좋게 새 회사에서 시작하는 거야.
(일종의 정신승리라고 해야 할까...)
2일 차에는 쓸 내용이 있을까 싶지만... 생존신고 겸 내일도 끄적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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